가이드북
첫째, 아내의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겠습니다. 둘째,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평생 함께 하겠습니다. 셋째, 항상 남편을 믿고 존경하겠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죠? 바로 혼인서약서 (WEDDING VOW) , 말 그대로 앞으로 나의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서약(맹세)하는 것이죠.
예식의 주인공은 신랑신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특별한 식순을 넣지 않는이상 신랑신부가 유일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하나뿐인 순간이 혼인서약서 낭독의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런데 막상 혼인서약서를 쓰자니 인터넷에 있는 말들 말고는 딱히 생각이 안 날거예요.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은 누구보다 특별한데, 왜 혼인서약서는 특별하게 쓰지 못하는 걸까요? 비교할 수 없이 특별한 혼인서약서 쓰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첫번째, 서로에게 손편지를 써요!
해외에서 일반적으로 신랑신부는 편지 형식으로 혼인서약서를 작성해요.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다짐을 몰래 써보면서 고민하고, 즐거워하는 시간까지 모두 ‘WEDDING’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거죠. 결혼식 날 서로의 깊은 진심을 듣게 된다면 무뚝뚝했던 신랑님도 왈칵! 눈물을 쏟을 때가 많답니다. 정성스러운 손편지를 읽을 때에는 많은 하객들도 어떤 순간보다 집중하고 즐거워하며 감동을 느껴요.
두번째, 우리의 첫만남을 떠올려요.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을 기억합니다. 그 때 우리는 스물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주 캠퍼스 뒤켠의 돌계단에서 만났습니다. 파란 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4월의 꽃 비, 가만히 손을 잡고 걷던 길, 그런 것들이 생각이 납니다.
나의 신부에게. 회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나 엄마처럼 이것저것 챙겨주고, 잔소리 해주던 모습이 좋았습니다. 나에게만 그렇게 해주는 것으로 알았을 때 기뻐했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대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말은 안했지만 사실 조금 실망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하객들은 두 사람의 첫만남, 싱그러운 연애사를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신랑신부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떻게 사랑해왔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약간은 찌질함이 있더라도) 청춘의 연애사를 들려주세요. 어른들도 친구들도 단순히 밥먹고 인사하러 온 자리가 아니라 두 사람과 더 가까워진 마음으로 정말 소중한 자리에 초대받은 기분이 될 거예요.
세번째, '이 사람이다' 싶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처음 만난 날, 베스트와 말구두를 신은 그에게 반한지 벌써 6년째입니다. 쓸 줄만 알고 모을 줄은 모르는 것 같았던 그에게 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기쁘고 즐거울 때나 힘들고 지쳐 슬플 때도 언제나 곁에서 사랑으로 굳게 지켜준 그를 보며 남은 저의 평생을 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다짐했습니다.
두 사람이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라고 느낀 순간은 어쩌면 아직 서로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수 있어요. 그만큼 나 자신에게도 벅차고 경이로웠던 그 순간을 모두가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려준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혼인서약이 될 거예요.
마지막, 재미있는 미래계획을 말해요!
저 신랑 000은 풍요로운 마음은 풍족한 물건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택배 기사님을 멀리하겠습니다. 저 신부 000은 오빠가 이렇게 서약해놓고 택배를 시킬 것을 알기에, 맘 놓고 쇼핑할 수 있도록 평생 열심히 돈을 벌어 내조하겠습니다.
데이트를 하다가"무엇이 먹고 싶니?"라고 신부에게 물었을 때 매번 순대국이라고 말했을 만큼 제일 좋아하는, 어쩌면 저보다 더 좋아할 거 같은, 그놈의 순대국을 신부가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밝은 미소로 함께 맛있게 먹어주겠습니다. 신부가 화장품이 바뀌거나, 미용실을 다녀오거나, 물건이나 옷을 샀을 때, "이뻐? 어때? 괜찮아?"라는 말을 10번 이상 묻고 합니다. 반복적인 질문에 저는 건성건성 대답하여 신부의 목을 아프게 했습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리액션과 과도한 감탄사로 신부가 반복적인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하여 신부의 목을 보호하겠습니다.
사랑 가득한 약속들이지만 뻔하지 않고 재밌는 약속들이지 않나요? “어려울 때에도 함께 하겠습니다.” “항상 배려하겠습니다” 같은 약속들 속에 우리에게는 어떤 구체적인 의미가 녹여져 있는건지 이렇게 풀어내면 훨씬 사랑스러운 약속이 될 수 있겠죠. 두 사람의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도, 이미 결혼 생활을 해 온 인생선배인 어른들도 귀여운 미래계획을 들으면 아주 즐거워 한답니다.
결혼식에서 부모님 혹은 친척, 친구들이 해주는 축사도 빠질 수 없겠죠. “앞으로 서로 아끼고 배려하며 행복하게 살아라” 도 좋지만 더 감동적이고 다같이 웃을 수 있는 축사 쓰는 꿀팁도 알려드릴게요!
첫번째, 어린시절의 신랑은? 신부는?
00아 너는 먹을 때와 잠 잘때만 빼곤 울기만 하던 아이였다. 시험 전날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던 녀석이 어느덧 가정을 꾸린다니 마음이 벅차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원하던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 했을 텐데 내색않고 잘자라주어 고맙고 자랑스럽구나.
어엿한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분들께 어린시절의 우리 얘기를 듣는 것만큼 감동적인 일이 있을까요?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형제들이 축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신랑신부의 사랑스러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축사를 써보면 어떨까요? (다소 창피한 시절의 이야기도 좋답니다. 그 모습마저 추억이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만큼에게는 사랑스러울테니까요.) 함께 보낸 시간만큼 쌓은 추억을 되돌아보면 써내려갈 말이 아주 많을 거예요.
두번째, 제 3자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때는 바야흐로 2013년 O월 OO일 토요일. 홍대에 어느 한 족발집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00이는 어떠니,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니’라며 저와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했고, 어느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연애를 시작하며 바라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하기도 했고, 바뀔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의 모습이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조금씩 변해가더니 어느새,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잘 몰랐던 시절, 연애를 시작할 때, 연애를 하고 결혼을 준비하며 지켜봐온 모습들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들려주세요! 아주 객관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올거예요.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신랑신부가 서로에게 귓속말로 "정말 그랬어?" 하고 사랑 가득하게 속삭이기도 한답니다. 소중한 친구의 축사를 준비할 때는 이런 꿀팁 놓치지 마세요.
두 사람이 영원을 약속하는 자리를 축하하러 와준 소중한 분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혼인서약서'와 '축사' 굉장히 중요하겠죠? 드레스도, 메이크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지금부터 차곡차곡 준비해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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