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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질문일수도 있지만 식순은 "도대체 결혼식이라는 건 왜 하는거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결혼식은 아주아주 그 규모를 축소하면 "둘이서 물떠놓고 하는 결혼식"을 하더라도 성립이 가능한데, 그렇다면 거기서 왜 "물을 떠놓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는데요. "물을 떠놓는다는 것"은, 즉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두고 부부가 될 두 사람이 희망하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소망을 기복하는 것이 핵심이 되는 것이니까요. 예쁜 드레스, 멋진 의상과 꽃장식들, 맛있는 식사 모두모두 사회적으로 중요한 항목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물을 떠놓는다는 것,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특정한 대상에 빗대거나 의미부여를 하여 기복하는 것이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웨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거에요.
다른 사람들과의 예식이 20-3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이어지는 일반 예식장에서는 정해진 식순을 벗어나게 되면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 때문에 식순을 크게 변경하는 행위가 허용되지 않지만, 스몰웨딩의 경우 하나의 장소를 통대관하여 쓸 수 있는만큼 식순 역시 우리가 원하는대로 바꿔서 쓸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어떤 순서를 앞에 둘 것이고, 뒤에 둘 것인지 그 식순에 따른 음악은 어떤걸 틀 것인지 등등 우리에게 의미있는 것들을 배치하여 잊을 수 없는 우리만의 예식을 만들어 보세요.
가정의례준칙의 예식 식순 표준
은근 화제가 되었던 웨딧 한신대표가 쓴 글인 "우리 결혼식문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에 따르면 위 그림의 순서는 "건전가정의례준칙 [시행 2008.10.14] [대통령령 제21083호, 2008.10.14., 전부개정]"에서 제시한 결혼식 표준 식순인데요, 지금처럼 주례없는 예식이 유행하기 이전에는 대체적으로 저 표의 순서에 따라서 예식을 진행했던 것이 사실이에요.
물론 "마. 혼인서약 및 서명"에서 따로 혼인서약서에 서명을 하는 행위는 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양의 일부 예식에서는 이 서명행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혼인신고와 예식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예식이 이루어져도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문화 때문인 것으로 보여요.
웨딧 한신대표의 글에서 이와 관련된 아주 자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브런치에서 감상해주세요.
아무튼 이러한 예식 식순은 국가에서 준칙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확립이 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혼례와는 완전히 딴판인 모양이죠. 잘 아시겠지만 사실 이러한 예식 순서는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 대부분인데 아래의 표에서 어떠한 부분이 서양식 예식에서 유래했는지 정리를 해보았어요. 맞절이나 폐백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서양식 예식의 모습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나라 일반 예식 순서의 유래
그렇다면 현재 서양에서는 우리의 예식과 얼마나 유사하게 웨딩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2. 주례의 개회 선언 및 신랑신부소개
위임받은 주례인이 예식 시작을 알리고 신랑신부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한국의 사회자와 동일한 역할도 겸임)
3. Readings(옵션)
주례인 또는 의미있는 사람이 읽어주는 좋은 글 구절로 예전에는 성경이나 셰익스피어 등 책 구절을 많이 했으나 요즘에는 재미있는 노래 가사 등도 많이 읽어준다고 합니다.
4. 혼인 서약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읽어주는 맹세
5. 반지 교환
6. Unity Candle (옵션)
화촉점화와 비슷하나 부모님이 아닌 신랑신부가 직접 하는 경우
7. 혼인서약서 서명 (예식 타입에 따라 다름)
9. 성혼선언
주례인이 신랑신부 각자에게 상대방을 배우자로 맞이하겠냐는 질문을 한 뒤 해당 지역의 위임을 받아 신랑과 신부로 선포한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키스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면 키스를 합니다.
10. Recession
기본적인 골격은 비슷한 것 같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죠. 일반적으로 서양의 예식은 행위보다는 말에 더 힘을 싣고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형태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세레모니 안에는 축가 등을 부르지 않고, 흥겨운 웨딩잔치의 즐거운 이벤트들은 세레모니를 마친 뒤에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또 주례를 보는 사람이 사회자의 역할을 함께 하는데요, 원칙적으로는 성직자나 주정부로부터 자격을 득한 전문주례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웨딩을 승인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나 요즘에는 친구나 부모님들도 주례를 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주례없는 예식과 비슷하죠.
이렇게 과거 현대식 예식 식순부터 서양식 예식, 요즘 유행하는 주례없는 예식 식순까지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우리나라의 전통 예식의 식순에서 유래된 몇 개를 빼고는 서양식 예식의 차용이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몇 년 주기로 조금씩 내용들이 변화하고 있고요!
그래서 웨딧생각엔 식순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물만 떠놓고 하는 예식"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의례의 핵심 행위, 즉 맹세/선언, 그리고 기복을 빼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귈 때 흔히 하는 말들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처럼, 어떠한 기점을 두고 상호간에 선언하는 행위, 그리고 혼인서약을 통해 전달되는 우리의 맹세와 앞으로의 날에 대한 기대, 희망은 모든 중대한 인간사의 공통적인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특정한 식순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순서를 가져다 쓸 수도 있고, 우리만의 새로운 의식을 만들수도 있어요. 평생을 앞으로 함께 할 우리가 어떻게 이 잊을 수 없는 날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하고 추억할 것인가에 집중해보세요!
위의 예식은 프랑스 신랑과 한국 신부가 만났을 때 어떻게 서양과 한국의 장점을 담은 독특한 예식을 만들지에 대하여 고민하다가 신랑신부와 함께 고민하여 만든 식순이에요.
서양에서의 입장 방식을 차용하고, 베스트맨은 기럭 아범이 되어 전통 예식에서 했던 기럭 아범이 기러기를 신부의 부모님께 드리는 행위, 예식 전 경건함을 더하기 위한 손씻기, 그리고 합환례까지!
전통과 현대를 만나 새롭게 탄생했던 멋진 예식이었어요. 각자에게 맞는 멋진 예식 식순을 찾으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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